강릉에 가면 꼭 맛봐야 할 음식들이 참 많지만, 개인적으로 강릉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메뉴를 하나 고르라면 주저 없이 짬뽕을 선택합니다. 워낙 전국적으로 유명한 짬뽕 전문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여행객들마다 각자 선호하는 식당이 다를 텐데요. 저에게 있어 강릉 짬뽕의 기준점 같은 곳은 바로 원조강릉교동반점 본점입니다.
워낙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인터넷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도 있고, 너무 유명해진 식당들은 예전 맛을 잃거나 평범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첫 방문 때 그 진한 국물을 맛본 이후로, 이제는 강릉에 갈 때마다 잊지 않고 들르는 방앗간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우선 기본적인 식당 정보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위치는 강원 강릉시 강릉대로 205입니다. 큰길가에 있어서 찾아가기는 쉽지만, 식당 전용 주차 공간이 없습니다. 자차로 이동하시는 분들은 근처 골목이나 공영주차장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시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6시면 일찍 마감을 합니다. 저녁 장사를 아예 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전후로 방문하셔야만 맛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니 평일 일정을 짜실 때 반드시 확인하셔야 헛걸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맛집답게 식사 피크 시간에 맞춰서 가면 식당 앞 도로변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대기 줄을 언제 다 기다리나 싶어서 막막할 수도 있는데,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줄은 꽤 빠르게 줄어듭니다. 식당 내부에 들어가 보면 메뉴가 단출해서 음식이 나오는 속도가 아주 빠르고, 손님들도 오직 식사에만 집중하고 바로 일어나는 분위기라서 테이블 회전율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줄이 길어 보여도 지인들과 조금만 떠들며 기다리다 보면 금방 제 차례가 돌아오니, 웨이팅 지옥일까 봐 미리 포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리를 안내받고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갓 끓여져 나온 짬뽕을 처음 마주하면 강렬하고 붉은 국물 색깔과 그릇을 꽉 채우고 있는 푸짐한 양에 일단 시각적으로 만족감이 듭니다. 가장 먼저 숟가락을 들어 국물부터 조심스럽게 한 입 떠먹어 보았습니다.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확 퍼지는 강렬한 불맛이 그야말로 환상적입니다. 억지로 짜낸 향이 아니라 웍에서 제대로 볶아내어 재료 속까지 깊숙하게 스며든 진짜 불맛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즘 유행하는 슴슴하고 담백한 맛과는 거리가 멉니다. 간이 꽤 강하고 자극적인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 자극이 그저 짜고 맵기만 한 불쾌한 맛이 아니라,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깊은 감칠맛을 품고 있습니다. 묵직하고 걸쭉한 느낌마저 드는 이 얼큰한 국물은 특히 전날 술 한잔하신 분들에게는 완벽한 해장용으로 딱입니다. 꽉 막힌 속을 확 풀어주면서 땀을 쏙 빼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오히려 간이 조금 센 덕분에 마지막 국물을 떠먹을 때까지 밍밍해지지 않고 진한 풍미를 그대로 유지해서 저에게는 이 강한 간이 훨씬 더 극호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 집 짬뽕이 가진 또 다른 치명적인 장점은 바로 먹기가 너무 편하다는 것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해물짬뽕을 주문하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홍합 껍질이나 조개껍질을 발라내느라 손가락도 아프고, 그러는 동안 애꿎은 면은 퉁퉁 불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짬뽕은 조개 같은 해산물들의 알맹이가 처음부터 다 발라진 채로 국물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귀찮게 껍질을 골라낼 수고를 할 필요가 전혀 없이, 그저 젓가락으로 듬뿍 집어서 면과 해물 건더기를 한입에 푹푹 떠먹기만 하면 됩니다. 건더기 양도 아주 넉넉해서 면을 다 건져 먹을 때까지 씹을 거리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절대 잊지 마셔야 할 가장 중요한 식사 팁이 하나 있습니다. 짬뽕 면을 다 건져 먹었다고 해서 식사를 끝마치시면 안 됩니다. 배가 부르더라도 공기밥을 무조건 하나 추가하셔야 합니다. 면발을 후루룩 넘길 때와 밥알이 국물을 머금었을 때는 또 다른 차원의 맛이 열립니다. 이 진하고 짭짤하면서도 불맛 가득한 국물은 사실 밥과 만났을 때 그 진가를 완벽하게 발휘합니다. 저도 짬뽕 양이 많아 이미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이 훌륭한 국물을 그냥 남기고 가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밥 한 공기를 통째로 말아버렸습니다. 밥알 사이사이로 걸쭉한 진국이 배어들어 푹 떠먹는 맛이 기가 막혀서, 결국 다이어트 생각은 잊은 채 그릇 바닥이 긁힐 때까지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먹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배가 터질 정도로 맛있게 먹고 나면 바로 차에 타기보다는 천천히 걷는 산책 코스를 추천합니다. 교동반점 본점에서 강릉의 대표 명소인 중앙시장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입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동네 골목을 슬슬 걷다 보면 소화도 자연스럽게 되고 딱 좋습니다. 중앙시장에 도착해서 활기찬 시장 구경도 하고, 매콤하고 짠맛으로 채워진 입안을 달달한 주전부리로 마무리해주면 그야말로 완벽한 강릉 점심 코스가 완성됩니다.
강릉 여행 가셔서 제대로 얼큰한 국물로 속을 달래고 싶으신 분들, 혹은 진짜 진한 짬뽕의 정수를 맛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1순위로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총평 별점: 4.7 / 5.0 한 줄 평: 웨이팅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환상적인 불맛과, 배불러도 기어코 밥을 말게 만드는 마성의 진한 국물.